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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블록체인 #1, 프롤로그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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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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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엄 무가야

23,298

아직까지 블록체인이 당신에게 충격적인 것으로 다가오지 않았다면, 확신하건대 그런 순간이 곧 올 것이다.

 

나는 인터넷이 발명된 이래 사람들의 흥미를 사로잡는 데 이토록 성공한 것을 처음 목격했다. 관심을 갖는 사람의 수가 초기에는 단 몇 명이 었으나 이내 급격히 늘었다.

블록체인의 신세계로 진입한 당신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은 거래 기록을 삭제의 우려 없이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순차적으로 업데이트 되도록 역사의 발자취를 남기는 일이다. 이 기능은 듣기에는 간단해도 실제로는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한다. 사람들이 거래를 생성하고 데이터를 저장하며 자산을 이동하기 위해 따랐던 종전의 방식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혁명이라는 단어 하나로 블록체인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현재도 진전을 거듭하는 사회현상으로 마치 쓰나미처럼 그 시작은 미미하나 종국 에는 전방의 모든 것을 삼켜버릴 만큼의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기술이다.

1990년에 탄생한 웹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온 지구를 한 층layer 새롭게 덮어씌운 첫 주자라면, 블록체인은 인터넷 위에 포개어진 두 번째로 뜻깊은 발명이자 층임이 틀림없다. 블록체인은 그 시작과 끝이 ‘신뢰’라 해도 과장이 아니므로 신뢰층trust layer 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블록체인은 세대를 거듭해 뿌리 내린 우리 사회의 지배 구조, 생활 방식,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국제 기구들을 향해 변화를 촉구하는 거대한 촉매제다. 따라서 이런 극단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블록체인의 습격은 주변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은 최소 수십 년에 걸쳐 사람들의 머릿속에 고착된 낡은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지배와 중앙집권을 기반으로 성립되는 거래에 반기를 든다. 예를 들어 유형 자산의 소유권을 확인하고자 에스크로와 같은 제3자 인증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은 더 이상 필요 없다. 블록체인이 소유권의 하자 여부를 그 어떤 중개자보다 확실한 방법으로 판별해주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세계에서는 신뢰 인증이 더는 은행, 정책 입안자, 청산소, 정부 기관, 대기업 등 주요 통제 기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지 않는다. 만약 거래 당사자의 신뢰 인증 작업이 청산소의 개입 없이 온전히 블록체인에서 가능하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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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쇄의 인쇄 과정

 

16세기 중세에 활약했던 길드의 역할과 그 몰락 과정을 예로 들어보면 이해가 한결 쉽다. 길드는 특정 공예품의 원작자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는데 그것은 공예품의 제작 과정을 모사할 수 없도록 정보물의 인쇄를 통제하여 가능했다. 당시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일종의 출판권 같은 인쇄 허가증을 별도로 발급하며 정보의 출판을 통제했기 때문에 길드는 이 점을 이용하여 가톨릭 교회 및 정부와 결탁하고 출판에 대한 검열을 행사했다. 그러나 결국 인쇄술의 폭발적인 발전과 보급을 통해 정보의 교류가 자유로워지면서 이와 같은 중앙 통제와 독점은 오래가지 않아 막을 내렸다. 오늘날 지식과 정보를 출판하는 행위가 법에 어긋난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신뢰를 독점하고 있는 오늘 날의 중앙 통제 기관들을 그 옛날의 길드로 본다면 그들이 신뢰에 관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도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이 생겨나 종래의 기관들보다 더욱 확실하게 신뢰를 인증할 수 있다면, 왜 신뢰가 그들에게 여전히 종속되어 있어야 하는가?

중세 기관들이 차후 출판 통제권을 상실하였듯이 블록체인은 신뢰에 관해 현존하는 권리의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있다.

블록체인을 ‘분산 원장’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블록체인이 지닌 다면적인 기능 중 극히 일부이기 때문이다. 마치 인터넷을 단순히 네트워크로 설명한다거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는 플랫폼 정도로 소개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런 부분적인 기능은 인터넷을 구성하는 필수 조건이기는 하나 충분 조건은 되지 못한다. 인터넷과 블록체인 모두, ‘전체가 부분의 총합보다 크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로 설명하기 아주 적절한 대상이다.

블록체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신뢰를 인증하는 대가로 세금을 부과 하거나 기타 명목의 수수료, 접근 권한 혹은 면허 취득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통제하려는 권력기관의 구속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신뢰란 기술로 뒷받침되는 동등 계층(P2P)의 관계 속에서 인증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믿는다. 신뢰성의 판별은 코딩을 통해서 수학적으로 검증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검증의 확실성은 강력한 암호화를 통해 더욱 공고해진다. 한마디로 신뢰는 암호학적 증거로 증명되고, 믿을 수 있는 컴퓨터(정직한 노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지된다. 이토록 철저한 보안이 가능한 환경에서 불필요한 간접 비용만 발생시키거나 관료 제의 폐단을 초래하는 주변 개체들은 설 자리를 잃는다.

블록체인이 중개자 없는 신뢰 거래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면 사람들은 점점 그 방식을 좇아갈 것이다. 은행을 포함한 ‘신뢰’ 인증 기관을 규제하던 정책 입안자들은 딜레마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존재감을 잃어가는 대상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결국 낡아빠진 규제를 고쳐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개자 인증 방식의 신뢰는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 간의 알력과 마찰 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블록체인 덕분에 그런 한계 점을 완전히 극복한 신뢰 거래를 할 수 있다. 여전히 블록체인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절차는 필요하지만 그에 대한 어떠한 금전적 대가도 요구되지 않는 그야말로 ‘무료’로 신뢰가 인증되는 세상에서는 앞으로 어떠한 일 들이 펼쳐질까? 아마도 신뢰는 자연스레 저항이 가장 적은 기로를 택할 것이며 네트워크가 존재하는 구석구석으로 뻗어나가 탈중앙화가 가속화 될 것이다.

이외에도 블록체인은 중개자 없이 온갖 종류의 자산과 가치를 이동시 킬 수 있는 새롭고 빠른 길을 개척하여 이들의 교환을 가능케 한다.

블록체인은 백엔드 인프라로서 쉬지 않고 일하는 최고의 컴퓨터라고 볼 수 있다. 한번 시작하면 다운되는 일이 없는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복원력 덕이다. 블록체인은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시스템 구성 요소 중에서 동작하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이 중단되는 요소를 말한다.)이 없기 때문에 기존 은행 시스템 혹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처럼 다운되는 경우가 없다. 블록체인은 그저 성실하게 컴퓨팅을 이어나간다.

인터넷은 일부 중개자를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블록체인은 그간 대체되지 않았던 또 다른 부류의 중개자들을 대체하고 있다. 중개자를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날 웹이 그랬듯 새로운 형태의 중개자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모든 것의 탈중앙화’로 귀결되는 경쟁에서 남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낚싯대를 드리우는 마당에 현존하는 중개자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재빨리 그들의 역할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예측하고 그 것에 대처하는 일이다.

곳곳에서 블록체인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한창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자, 사업가, 기업들은 블록체인이 득일지 독일지에 관해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사람들은 블록체인이 직접적으로 이런저런 일을 한다고 얘기하지만 훗날에는 블록체인이 직접 눈에 띄지는 않지만 어떠한 일들을 가능 하게 한다는 식으로 표현할 것이다. 인터넷, 웹, 데이터베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블록체인 역시 여러 신조어를 탄생시킬 것이다.

1950년대 중반 이래로 IT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여러 신조어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졌다. 메인프레임,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크, 서버, 소프 트웨어, 운영체제, 프로그램 언어가 이때 생겨났다. 1990년대 초반 인터넷은 브라우징, 웹사이트, 자바, 블로깅, TCP/IP, SMTP, HTTP, URL, HTML 등과 같은 또 한 무리의 신조어들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오늘날 블록체인 역시 신조어 레퍼토리를 한아름 선사한다. 합의 알고리즘, 스마트 계약서, 분산 원장, 오러클, 디지털 지갑, 거래 블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장난감 블록을 하나씩 쌓아 올리듯, 우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식의 연결 고리를 꿰어나가며 블록체인에 대해 함께 알아볼 것이다. 블록 체인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그 변화는 무엇을 시사하는가?

오늘날 우리는 어떤 대상이든, 주로 관심 있는 정보나 물건에 대해 검색이 필요할 때 구글을 이용한다. ‘검색하다’라는 동사 대신 ‘구글링하다’ 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훗날 우리는 거래 내역, 신원, 인증, 권리, 작업량, 부동산등기부를 비롯해 금전적 가치가 매겨진 대상들을 검증하는 행위를 ‘구글링’처럼 어떤 고유명사가 동사화된 신조어를 써서 표현할 것이다. 소유권을 주장할 만한 모든 것에는 디지털 인증서가 존재한다. 나카모토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발명한 덕분에 우리가 디지털 화폐를 중복해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한번 블록체인을 통해 인증된 공식 증명서는 복사, 위조, 변조가 불가능하다. 정보혁명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블록체인이 해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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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덱스 (CC-BY-2.0, Sir Mildred Pierce)

 

나는 1994년 페덱스가 처음으로 배송 상품의 경로를 웹에서 추적할 수 있게 한 것을 보고 몹시 흥분했던 때를 여전히 기억한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서비스를 당연하게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당시 웹의 초기 단계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증명해낸 중요한 분수령이 된 사용자 시나리오였다. 이 사건은 그동안 폐쇄적이고 개별적으로 제공되었던 서비스가 인터넷 접근이 가능한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제공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머지않아 온라인 뱅킹, 세무 신고, 상품 구입, 주식 거래, 주문 확인 등 수많은 서비스가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었다. 우리가 현재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는 서비스에 접근하듯, 앞으로는 정보의 진위 여부를 가려줄 블록체인을 확인하는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를 통해 검색하게 될 것이다. 정보에 대한 접근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이제 사람들은 그 정보의 신뢰도에 대한 접근마저 얻고자 할 것이며 특정 기록에 변조의 흔적이 있는지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블록체인은 이미 이를 예상이나 한 듯 극한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대중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할 것을 약속한다.

사람들은 머지않아 “이거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았어?”가 아니라 “이거 블록체인에서 찾았어?”라고 묻게 될 것이다.

웹과 블록체인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복잡한지 묻는 이가 있다면 나는 어김없이 블록체인의 손을 들 것이다.

블록체인을 우리 모두 함께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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