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 저자의 경험과 해석을 덧칠한 책으로, 조상들의 멋진 작품 및 생각과 더불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논어(論語)”는 한자로 “말씀을 논하다.”라는 뜻이다. 즉,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어록을 엮은 경전이다. 처음에 이 사실을 알고 공자가 직접 지은 글이 아님에 실망하기도 했던 어린 시절을 지금 떠 올리면 우습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짜집기로 완성된 점이 논어의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케이스 스터디의 기록물은 또 다른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보완
되어왔고 이런 과정을 거친 “논어”라는 단어는 누가 지었는지 기가 막힌 제목을 선택한 셈이다.
문제는 논어가 삶을 살아오며 경험의 축적별로, 깨달음의 수준별로, 앎의 수준별로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
는 것이다. 물론 그런 점이 묘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일반인들에게는 장애물적인 요소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논어 특성의 연장선상에 있다. 논어라는 책에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덧칠
한 책이다. 저자가 큰 깨달음을 얻었던 논어의 대목들이 등장하고 경험적 측면에서 어떤 이로움을 얻었는지 기술되어있다.
또한, 다소 논어의 논점에는 벗어나지만 유사 주제에 해당하는 우리 조상들의 그림도 등장한다. 공자가 가무를 그리 즐겼다고 하던데 저자가 공자의 취미까지 흡수해 버린 것인지 논어의 해석 외에 그림도 등장하고 그림도 해석하고 그림을 그린 화가도 해석하고 그야말로 사유의 향연
이 펼쳐진다.
읽는 순서나 배치는 상호간에 큰 종속성이 없으니 읽고 싶은 것을 먼저 읽어도 무방한데 기왕이면 지금 당면한 문제와 고민을 중심으로 읽기 시작하는 것이 더 이로울 것 같다.
전반부는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그와 관련된 논어의 가르침을 담고있고 후반부는 화가를 중심으로 담고 있어 구성이 다소 독특하다.
멋진 그림작품으로 감성을 더 할 수 있다는 점은 별도의 묘미인데 개인적으로는 허초희(난설헌)가 그린것으로 전해지는 작약도
에서 숨이 멎을듯한 생동감을 느꼈다.
견식이 짧기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조선의 작품 중 이렇게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을 본 적이 없고, 잎파리 하나하나는 바람에 날리는 듯 춤을 추고 꽃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듯 숨을 쉬고 있는 듯한 매력에 적잖이 놀랐다.
더욱 놀란 것은 그녀가 지은 시인데 작약도에 담긴 난설헌의 한과 슬픔
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히 중국과 일본에 널리 전해진 조선의 한류가 아닐런지.
아무튼 딱딱한 논어를 일상의 수준에서 즐기고 더불어 조상들의 멋진 작품 및 생각과 더불어 감상한다면 논어 또한 즐길만한 여흥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